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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을 싫어하는 사람_1화

bigbeacon 2025. 3. 7. 12:19

- 운동을 싫어하는 사람의 헬스장 도전기

나는 운동을 싫어한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운동을 할 생각만 해도 몸이 무거워진다. 땀을 흘리며 몸을 움직이는 그 과정이 너무나 귀찮고, 시간 낭비처럼 느껴진다. 그러니 헬스클럽 같은 곳은 나와는 전혀 상관없는 곳이라고 여겼다. 헬스장을 스쳐 지나갈 때 창문 너머로 보면, 달리기를 하고 있거나 운동기구에 매달려 땀을 흘리는 사람들을 보며 생각했다. “대단하다, 저런 열정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그러던 내가 헬스장 문을 열게 된 건 몸에서 보내는 신호 때문이었다. 어느 날, 평소보다 더 느릿하게 움직이는 내 몸과 마주했다. 12층 계단만 올라가도 숨이 찼고, 하루 종일 앉아서 일하는 것도 힘들었다. 거울 속의 내 얼굴에는 생기가 없었고, 예전엔 가볍게 들 수 있던 짐도 버거웠다. 노화라는 단어가 처음으로 현실처럼 다가왔다.

그래서 아파트 단지의 헬스장에 나가보았다. 이사 온 지 8년간 매월 5천 원씩 헬스장 관리비로 추징당하는데, 그동안 50만 원이 허공에 사라진 셈이다. 그 돈도 아까웠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강한 의지보다는 약간의 공포심이 작용했기 때문이었다. “이러다 진짜 더 망가지겠다”는 불안감이 나를 이끌었다. 헬스장에 들어선 첫날, 나는 긴장과 어색함에 휩싸였다. 거울 앞에서 열심히 운동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기구 사용법도 제대로 몰라 우왕좌왕하는 내 모습이 부끄러웠다.

PT(퍼스널 트레이닝: 한국에서만 쓰이는 콩글리시)를 받고 있는 사람은 돈으로 본인의 운동 의지를 사는 거 같았다. 아내는 나에게 말했다. “처음엔 조금씩 하세요. 꾸준히 하는 게 중요해요.” 그 말에 작은 위로를 받았다. 아내는 PT를 권유했지만 우선은 내 몸을 만들고 시작하기로 했다. 먼저 PT를 받기 시작한 아내를 코치 삼아 욕심내지 않고 천천히 시작하기로 했다. 무리하지 않고 버텨내리라.

우선 러닝머신 위에서 빠르지 않은 속도로 걷다가 달리기를 하고, 자전거 타기, 하체 근력 강화 운동, 여러 형태의 기구를 사용해 보기, 그리고 몸을 푸는 스트레칭과 스쾃으로 마무리. 처음에는 몸이 힘들기보다 마음이 더 힘들었다. “내가 왜 여기까지 와서 이걸 하고 있을까?”라는 의문이 계속해서 떠올랐다.

하지만 2주가 지나자, 작은 변화가 느껴졌다. 평소보다 아침에 몸이 가벼워졌고, 계단을 오를 때 숨이 덜 찼다. 처음에는 재미를 느끼지 못했지만, 점차 운동 후의 개운함이 나를 붙잡았다. 흠뻑 땀을 흘리고 난 뒤 몸이 조금씩 살아나는 것 같은 기분. 그 작은 변화들이 나를 계속 헬스장으로 향하게 만들었다.

운동이 싫다는 사실은 여전히 변하지 않았다. 하지만 운동의 결과를 사랑하게 되었다. 점점 약해지는 몸을 방치하기보다는, 스스로를 조금이라도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사실이 나를 위로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깨달았다. 운동은 단순히 몸을 단련하는 것이 아니라, 내 삶을 조금 더 살아 숨 쉬게 만드는 행위라는 것을.

헬스장에 나가기 시작하고 몇 달이 지나면, 운동이 즐겁다고 말할 수 있을까? 벌써부터 건강을 조금씩 되찾아가고 있다는 느낌은 부정할 수 없다. 노화를 완전히 막을 수는 없겠지만, 그 속도를 늦출 수 있다는 희망은 생겼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제 운동을 싫어한다고 핑계만 대지는 않으리라.

운동은 여전히 도전이다. 하지만 그 도전은 자신을 더 나아지게 하는 과정이다. 헬스장에서 땀을 흘리며 조금씩 나아지고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치 있는 일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