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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소와 약국

bigbeacon 2025. 3. 7. 22:28

영양제 판매의 나비효과

- 가격의 의미

초저가 생필품 판매점인 다이소에서 영양제를 비롯한 건강기능식품(건기식)을 3000원~5000원에 판매한다는 뉴스를 접했다. 익숙한 브랜드의 제품들이 기존 가격의 6분의 1 수준으로 나온다는 사실은 충격적이었다.

사람들은 놀랐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두 부류로 나뉘었다. 소비자들은 "그동안 우리가 얼마나 비싸게 주고 샀던 거지?"라며 분노했고, 약사들은 "약국을 배신한 제약사를 보이콧하겠다"며 반발했다.

가격이 이렇게 확 내려갈 수 있다면, 그동안의 가격은 무엇이었을까? 제조 원가는 비슷할 텐데, 약국에서 팔릴 땐 2~3만 원이던 것이 다이소에서는 5000원이 된다는 점이 아이러니했다. 물론 약국에서 판매되는 제품은 단순한 유통이 아니라 약사들의 상담과 신뢰가 포함된 가격일 것이다. 하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왜 같은 성분의 제품을 이렇게 다르게 사야 하지?’라는 의문이 드는 것도 당연하다.

약사들은 ‘약국 패싱’이라고 분노했다. 자신들이 제약사와 오랜 관계를 유지하며 유통을 담당해 왔는데, 이제는 아무 곳에서나 건기식을 살 수 있게 되니 배신감을 느꼈을 것이다. 하지만 시장은 변하고 있다. 소비자는 더 다양한 선택지를 원하고, 유통 채널은 점점 넓어지고 있다.

우리는 ‘브랜드’와 ‘판매 채널’이 만들어낸 가격에 익숙해져 있다. 같은 성분이라도 어디에서 사느냐에 따라 가격이 달라지고, 포장이 조금 고급스러워지면 몇 배의 가치가 더해지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진다. 하지만 이제는 그 장벽이 무너지고 있다.

이 사건이 단순히 ‘약사 vs 다이소’의 싸움으로 끝날 것 같지는 않다.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소비자의 선택이다. 다이소에서 건기식을 산 소비자들이 효과가 없다고 느끼면 다시 약국을 찾을 것이고, 반대로 큰 차이를 느끼지 못한다면 약국의 건기식 시장은 점점 줄어들 것이다.

이제 가격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야 할 때다. 무엇이 진짜 ‘정당한 가격’인지, 그리고 우리가 무엇을 기준으로 돈을 쓰고 있는지를 말이다. 이번 논란은 단순한 유통의 변화가 아니라, 소비자들이 가격에 대해 다시 한번 고민해 볼 계기가 된 것은 아닐까?

- 약국과 영양제, 그리고 시장의 변화

약국은 단순한 약을 파는 공간이 아니다. 아픈 사람들에게 가장 적절한 약을 안내하고, 건강을 위해 조언을 건네는 곳이다. 하지만 요즘 약국에서조차 건강기능식품이나 영양제를 판매하는 일이 쉽지 않게 되었다.

다이소에서 싼값에 영양제를 판다는 소식은, 만약 같은 성분에 같은 용량이라면 도대체 원가는 얼마란 말인가?라는 의문을 갖게 만든다. 이 뉴스 하나만으로도 많은 약사들의 머릿속에는 복잡한 계산이 스쳐 지나갔을 것이다. "그동안 우리가 폭리를 취한 걸로 보이진 않을까?" "약국은 이제 일반약을 팔아서 이익을 내는 것도 어려워지겠네." 이런 걱정들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사실 제약사는 예전부터 광고에 많은 돈을 쏟아부었다. TV를 틀면 나오는 '간 때문이야~' 같은 광고들이 대표적이다. 대형 제약사들이 광고로 브랜드 이미지를 키우는 동안, 약국은 그 약들을 판매하며 겨우겨우 자리를 지켜왔다. 하지만 정작 소비자들은 약국보다는 이런 기업들을 더 신뢰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제 그 기업들은 더 싼 가격으로 다이소 같은 대형 유통망에서 영양제를 팔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약국은 어떻게 될까? 이미 일반약 가격은 고무줄처럼 들쭉날쭉하다. "다른 약국에서는 더 싸게 팔던데?"라는 말을 듣는 건 약사들에게는 일상적인 스트레스다. 거기에 다이소까지 가세한다면 소비자들은 당연히 약국을 의심할 것이다. "그동안 약국에서 바가지를 씌운 거 아냐?"라는 의심이 싹틀 수밖에 없다.

약국이 겪는 어려움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병원 근처 약국은 늘 의사 눈치를 보아야 한다. 처방전을 받으려면 병원과의 관계를 잘 유지해야 하고, 일반약을 팔려해도 소비자들의 가격 비교가 심해 이윤을 남기기가 어렵다. 게다가 일부 손님들은 당연하다는 듯 드링크제를 공짜로 달라고 한다. 이런 환경에서 약국이 살아남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제는 일반약도 정가제가 필요하다. 가격 경쟁이 아니라, 약국이 본연의 역할인 건강 상담과 맞춤형 조제를 통해 소비자와 신뢰를 쌓아야 한다. 그러려면 시장이 정비될 필요가 있다. 다이소가 저렴한 가격으로 영양제를 팔면서 소비자의 선택지가 넓어진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약국의 역할은 단순한 판매자가 아니다. 가격이 아닌, 전문성과 신뢰로 경쟁해야 할 때다.

약국은 이제 변화의 기로에 서 있다. 그리고 지금, 그 변화의 방향을 결정해야 할 중요한 순간이 찾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