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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이라는 기차 여행

bigbeacon 2025. 3. 12. 08:35

어느 날 문득 기차를 타고 여행을 떠나는 꿈을 꾸었다. 손에는 보이지 않는 승차권이 쥐어져 있었다. 어디서 발권했는지도 모를 이 승차권은, 한 번 손에 쥐면 절대 내려놓을 수 없는 것이었다. 기차는 이미 출발했고, 나는 앞으로 나아가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창밖을 바라보니, 처음에는 풍경이 아름다웠다. 푸른 들판 위에서 강아지풀이 바람에 몸을 맡기며 손짓하고, 우거진 숲 사이로 새들의 노랫소리가 들렸다. 멀리서는 반짝이는 바다가 부드러운 파도를 밀어 올리고 있었다. 마음이 편안해지고, 이 여행이 꽤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기차가 달리는 길은 늘 평탄하지 않았다. 기차는 곧 어두운 터널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창밖은 칠흑 같은 어둠뿐이었고, 차창에 비친 나의 모습이 유일한 볼거리였다. "이 터널은 언제 끝나는 걸까?" 순간 불안감이 엄습했다. 영원히 어둠 속을 달리게 되는 건 아닐까, 이 터널을 지나면 더 험난한 길이 펼쳐지는 건 아닐까. 하지만 달리는 기차에서 내릴 수는 없었다. 기차는 묵묵히 앞으로 나아갔다.

터널을 빠져나오자, 창가로 따뜻한 햇빛이 스며들었다. 순간 안도의 한숨이 새어 나왔다. 그리고 깨달았다. 어둠이 있기에 빛이 더욱 소중하게 느껴지는 법이라는 것을. 여행의 일부가 어둠이라면, 그것 또한 지나가야 하는 과정일 뿐이었다.

기차는 다시 평온한 길을 달리기도 했고, 거친 폭풍 속으로 들어가기도 했다. 눈보라가 기차를 덮치고, 숨 막힐 듯한 더위가 기차 내부까지 스며들 때도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나니 바람은 지나갔고, 폭풍은 가라앉았으며, 눈보라는 그쳤다. 나는 알게 되었다. 인생이라는 이번 기차 여행에서 중요한 것은 목적지에 도착하는 것만이 아니라, 지나가는 풍경 하나하나를 온전히 경험하는 것이라는 것을.

때로는 힘들고, 때로는 벅차지만, 우리는 여전히 달리고 있다. 지금 터널 속에 있다고 해서 영원히 그 어둠 속에 갇혀 있는 것은 아니다. 언젠가 다시 창가로 햇빛이 비치고, 따뜻한 바람이 스칠 것이다. 그러니, 주어진 승차권을 포기하지 말자. 이 여행이 끝날 때까지, 끝까지 우리의 자리에서 창밖을 바라보며 달려가야 한다.

그리고 언젠가 기차가 종착역에 도착할 때, 비로소 미소 지으며 이렇게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참 멋진 여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