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기사를 보았다.
- 사회생활 고민 상담, 아저씨 대여 서비스 성행
요즘 일본에는 ‘아저씨 대여 서비스’라는 게 유행이란다. 각종 능력을 가진 ‘아저씨’를 시간제로 고용해 도움을 받는 서비스다. 20~30대 젊은 여성들이 주로 찾는다.
예컨대 홈파티 준비가 막막한 20대 여성은 주방 경험이 많다고 소개된 아저씨를 5시간 고용해 함께 장을 보고 요리까지 도움받을 수 있다. 또는 50대 아저씨를 2시간 고용해 직장생활의 어려움을 토로하고 조언받을 수도 있다. 비용은 약 6만 원. 2시간 동안 실컷 상사 욕만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이런 수요자와 공급자를 연결해 주는 플랫폼 서비스도 다양해지고 있다. 이런 게 우리나라에도 도입될까?
이것이 기사의 내용이었다.
바야흐로 아저씨를 빌리는 시대가 도래하였다. “이거, 우리나라에도 생기면 좋을까?”
일본에서 유행한다는 ‘아저씨 대여 서비스’ 기사를 읽으며 생각에 잠겼다. 필요한 능력을 갖춘 아저씨를 시간제로 고용해 도움을 받는 서비스라니. 홈파티 요리를 도와주는 아저씨, 직장 고민을 들어주는 아저씨, 심지어 상사 욕을 함께 해주는 아저씨까지.
처음엔 어이없다가도, 곰곰이 생각해 보니 그럴듯했다. 요즘 사람들은 너무 바쁘다. 가족과의 관계는 점점 희미해지고, 친구에게 고민을 털어놓기에도 눈치가 보인다. "괜히 내 고민을 들어달라고 하면 민폐일까?" 그런 망설임이 쌓이다 보니, 차라리 돈을 내고 마음 편히 이야기하는 게 낫다고 여기는지도 모른다.
사실 우리나라에도 비슷한 문화가 있다. 고민 상담을 위해 유료 심리상담소를 찾거나, ‘멘토링 서비스’라는 이름으로 인생 조언을 받기도 한다. 하지만 ‘아저씨 대여’는 조금 다르다. 꼭 전문가가 아니어도 된다. 오랜 사회생활을 통해 경험을 쌓은, 그저 ‘인생을 먼저 살아본 사람’이면 된다.
30대 직장인은 ‘조언해 주는 아저씨’를 찾아간다. “부장님이 자꾸 저한테만 뭐라고 해요.” 하소연을 하면, 아저씨는 묵묵히 고개를 끄덕이다가 이렇게 말할지도 모른다.
“나 때는 말이야…”
아, 이런 아저씨는 피해야겠다.
하지만 어쩌면 필요한 순간이 있을 것이다. 뭔가를 결정해야 하는데 확신이 서지 않을 때,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한 고민이 가슴에 쌓여 답답할 때, 제대로 가고 있는지 확인받고 싶을 때, 쇼핑 동행, 맛집 가기, 공항 마중, 진로 상담, 형광등 갈아 끼우기 등등. 그럴 때, 한 번쯤 아저씨를 빌려볼까?
어쩌면, 아저씨가 아니라도 된다. 누구라도 좋다. 내 이야기를 진심으로 들어줄 수 있는 누군가가 있다면 말이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먼저 서로의 이야기를 들어줄 수 있는 사회가 되는 게 맞지 않을까? ‘대여’ 하지 않아도 되는 세상. 고민을 나누는 것이 부담이 되지 않는 세상.
앞으로는 내가 먼저 말하기보다, 누군가의 이야기를 들어보려고 노력해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