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는 왜 단 음식을 좋아할까?
한국 음식이 단 이유가 뭐지? 가만히 생각해 보니, 진짜 다디단 것들이 주변에 많네.
우리는 원래 얼큰한 거 좋아하잖아, 매운 거도 좋아하고. 그런데 요리할 때 보면 설탕과 물엿을 많이 넣고 있지 않은가?
물엿이든 설탕이든 뭔가 단맛을 내는 재료를 쓰긴 쓰는데... 또 그렇게 들어가야 되는 요리들이 많다고 느껴지네...
그런데 왜 그렇게 단 요리가 많아졌냐고? TV에 자주 보이는 요리 연구가 백OO 씨가 달달하게 먹어야 된다라고 말하기 전부터도 그런가?
우리나라 요리가 단짠단짠이 많아, 달거나 짜거나... 그런데 달고 짠맛은 일본 요리가 맞지 않을까?
일본은 간장을 써서 맛을 내니까 짠 거는 많이 있는데, 양갱이나 디저트는 엄청 달아. 그런데 일본 요리가 전반적으로 달지는 않지. 일본 음식의 반찬을 먹어봐도 설탕이 많이 들어가는 레시피는 별로 없어 보여.
미국 요리는 어떤가? 스테이크, 샐러드, 포테이토칩에 케첩을 찍어 먹는 수준이지만... 미국 요리에서 단 거가 들어가는 건 별로 없어 보여.
우리가 좋아하는 이태리 요리도 단 맛은 별로 느껴지지 않지.
어릴 적부터 자주 먹는 중국 요리는 어떤가? 중국요리의 대표적인 탕수육은 단 맛이 있지 않을까? 탕수육 소스에 식초, 설탕, 전분이 들어가긴 하지만, 그 외에 단 요리는 없지 않은가? 짜장면은 어때? 그건 우리나라에 들어와서 달게 만들어진 것 같아. 실제 중국 짜장면은 짭조름하기만 하지 달지는 않거든. 아마도 한국 사람 입맛에 맞춘 거지.
하여튼 요즘 우리나라 요리가 달달해진 건 사실이야.
떡볶이 만들 때도 설탕을 넣지 않나? 생긴 건 뻘겋게 생겼는데, 그거 참... 단맛이 밑바탕에 깔려 있어.
조선시대 음식은 달았나? 아냐, 지금처럼 달지 않았겠지. 인터넷 뒤져보니까 고려시대에는 식혜에 단맛을 내기 위해 엿기름을 사용했다고 하네. 설탕이 대중적으로 보급된 게 언제냐고 하면 아마도 1960년대 들어서였겠지. 우리가 아주 어렸을 때야.
불고기나 갈비찜에도 설탕이 들어가지. 반찬으로 나오는 잡채에도 설탕이 들어가지.
조림과 볶음에는 간장과 설탕이 항상 세트로 들어가지. 설탕이 들어가 있지 않은 반찬이 없을 정도야. 나물무침 빼고 멸치조림 등등, 무슨 무슨 조림은 무조건 설탕이 들어가야 하니...
우리나라 사람들이 왜 그렇게 달달한 걸 좋아하게 되었나? 치킨도 소스에 단 성분이 들어있지? 미국 사람들이 프라이드치킨 만들어 먹을 때는 설탕이 안 들어가는데 우리 양념통닭에는 설탕을 쓰지. 같은 치킨을 먹는다고 해도 한국 치킨에는 어딘가 설탕 성분이 들어가 있는 것 같아. 매운맛 소스 어딘가에서 다디단 뒷맛이 느껴져..
친구가 딸하고 둘이 미국에 갔는데 음식이 짜고 양은 또 엄청 많더래. 일 인분 시켜서 둘이 먹어도 될 정도로 많고 너무 짜서 입에 안 맞았다는구먼. 하지만 아이스크림 빼고 단맛은 없었다더군.
언제부턴가 '달달한 맛이 맛있다'는 표현이 많이 들리기 시작했어. 그건 백OO 씨 때문에 인구에 회자되기 시작한 말 같아.
우리가 원래 좀 맵고 얼큰하고 자극적인 음식을 좋아하잖아. 그래서 다른 것으로 중화시키려는 그런 시도를 하지 않았을까?
단맛은 원래 음식의 마지막을 장식할 때 먹는 맛인데... 그래서 디저트가 단 거잖아? 식사하고 마지막 음식 맛을 단 것으로 마무리 짓는, 그런 순서가 일반적인 건데. 그러니까 디저트류는 아이스크림 포함해서 단 것들이 많이 나오지.
우리나라 믹스커피를 봐도 설탕이 들어가 있잖아? 달달하게 타먹는 거지. 커피를 마시더라도 블랙커피로 즐기는 사람보다 설탕을 넣거나 밀크가 들어간 라테를 많이 마시지.
설탕이 몸에 안 좋다는 말을 많이 하면서도 음식 곳곳에 다 설탕이 스며들어 있네. 설탕 중독의 나라인가?
어디선가 그런 책을 본 거 같은데... 설탕 중독의 폐해를 다룬 책들 말이야...
매실청을 담아도 설탕이 몇 kg씩 들어간다네. 무슨 '청', 이런 거 우리나라 사람들이 많이 좋아하잖아?
재료가 5kg면 설탕도 1대 1로 5kg이 들어간다더군.
옥수수 찔 때도 설탕이 들어가나? 옥수수에서 단맛이 나는 거는 감미료를 넣기 때문이지. 시장에서 파는 음식들은 그런 걸 많이 넣으니까 달지... 대체로 감미료 맛이 나잖아?
예를 들어 김치찌개 만들 때도 김치가 너무 실 때 설탕을 넣으면 신맛이 중화되거든. 아! 그때도 설탕이 들어가는구나! 그게 현대적인 요리라서 그런 거 아닌가? 조선시대에는 그렇게 먹지 않았을 거야... 그때는 설탕이라는 게 아예 없었으니까.
요즘 젊은이들이 즐기는 탕후루나 도넛 속에는 단 성분이 훨씬 많을 거야. 영양바 속에도 단 성분이 많이 들어가 있어. 초코파이 초코바 다 단 거 아닌가? 젊은이들은 저녁 늦은 시간에 단 거 많이 먹는다더라. 설탕이 안 들어가는 게 없지 않을까, 할 정도야. 특히 과자류는 더 그렇지, 우리는 당분이 들어가 있는 과자류를 좋아하잖아.
그러니까 우리나라 음식에는 설탕이 들어가야 제맛이 나는 거야. 설탕을 적게 넣으면 맛이 안 나는 거지.
이 문제를 어디서부터 해결해야 할까? 우린 어릴 적부터 사탕 먹고 자란 거 아닐까? 그 달짝지근한 맛에 길들여진 습성을 못 버리는 거지.
멸치볶음, 멸치조림에도 설탕이 들어가지. 그거 어린이들 필수 반찬인데. 어릴 때 엄마가 만들어주는 반찬 속에도 설탕이 반드시 들어가 있었다는 거야. 설탕이나 물엿같이 달달한 성분이 들어가 있어야 맛있거든. 어려서부터 단맛에 길들여져 크는 거지.
우리 어렸을 때는 설탕이 귀해서 명절 선물로 3kg짜리 한 포대씩 돌리기도 했었지.
언젠가 내가 어렸을 때 각설탕이라는 것을 본 적이 있는데, 정육면체 설탕이 너무 신기했고 또 맛있어 보여서 몇 개씩 입에 넣고 단맛을 음미했던 기억이 나네. 미숫가루를 타 먹는데 설탕을 듬뿍 넣고 휘저어서 죽처럼 만들어 먹기도 했고... 그 단맛으로 허기를 달랬지.
나는 지금도 단맛이 당겨. 단것을 먹으면 뭔가 행복해지는 기분이 들지. 달다구리 한 양념치킨 먹을 때도 맛있어. 근데 케이크는 너무 심해, 이건 너무 달아. 많이 먹는 게 아니라 한 조각만 먹어도 달아. 특히 생일 케이크는 너무 달아. 아이스크림도 달지... 가끔 단 거 먹을 때마다 몸이 저려오곤 해.
단 걸 좋아하는 음식 문화에 대해 한번쯤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느껴지네.
무더위에 먹는 과일과 음료수는 다 단맛이니, 이 단맛의 유혹을 어찌 참아낼꼬...
당뇨환자는 당 수치가 오르면 건강만 나빠지는 데 큰일이구만...

여기서 친구의 일화를 소개해볼게.
"우리 집은 어려서부터 매운 맛은 고추장과 청양고추 등으로 익숙한 반면, 어머니가 음식에 단맛을 내는 소스는 절대 사용하지 않으셔서 식구들이 단맛에 익숙하지 않았어. 하지만 서울 생활이 상대적으로 더 오래된 나는 어느 정도 단맛에 익숙해진 모양이야.
20여 년 전 서울에 올라오신 형님을 모시고 나름 맛집이라고 하는 유명 식당에 갔는데, 형님이 좋아하는 생김치를 맛있게 하는 식당이었어. 그런데 생김치를 한번 맛보시더니 식사가 끝날 때까지 전혀 안 드셨어. 눈치를 보다가 식사 후 형님께 "왜 좋아하는 생김치를 안 드셨어요?"라고 물었더니, 외계인 음식을 맛보신 것처럼 '아~ 서울 사람들은 김치에 설탕을 넣어 먹나?' 하셨어. 그때서야, '아, 그래서 안 드셨구나...' 했지.
그 뒤에도 형님이 하신 말씀을 까먹고 서울 오실 때마다 식당으로 모셨는데, 소주만 드시고 안주는 안 드셨던 적이 몇 번 있었지. 그때마다 형님은 "서울 사람들은 설탕을 안 넣은 음식이 없구나..."라며 한탄하셨어.
지금 생각해 보니 우리 형제가 살이 안 찌고 날씬한 이유 중 하나가 식단이 채식위주 이기도 하지만 단 음식을 안 먹었기 때문인 것 같기도 해.
나의 관찰 결과로는 비만인 사람들이 날씬한 사람보다 단 음식을 더 좋아하고 더 많이 먹는 것 같아.
한때 체중을 70kg 넘겨 보려고 단음식을 많이 먹어보려 했지만, 질려서 포기했지 뭔가..."

*이상은 단음식에 대한 이야기를 친근감 있는 화법으로 써본 글입니다.
일부러 대화체로 문체(文體)를 바꿔서 써봤으니 어투가 거슬리더라도 양해해 주시길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