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인생이라는 여행

- 영화 '살아있는 모든 것'

살아가면서 우리는 수많은 길을 걷는다. 어떤 길은 익숙하고, 어떤 길은 낯설다. 때로는 뒤를 돌아보기도 하고, 때로는 한 걸음도 내딛기 어려울 때가 있다. 하지만 결국 우리는 앞으로 나아간다. 설령 그 길의 끝이 보인다 해도, 삶은 우리에게 마지막까지 걸어보라고 속삭인다.


일본 드라마 '살아 있는 모든 것(生きとし生けるもの)'을 보며, 나는 문득 "인생은 결국 여행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다. 외과 의사였지만 어떤 사건을 계기로 더 이상 메스를 잡을 수 없게 된 리쿠(츠마부키 사토시). 그리고 수명을 선고받고 모든 치료를 포기한 나루세(와타나베 켄). 삶의 목적을 잃어버린 두 사람이 병원을 떠나 오토바이에 올라탄다. 어디로 가야 할지도 모르면서, 그저 달린다.


그들의 여행은 죽음을 향한 도주가 아니라, 삶을 향한 마지막 발버둥처럼 보였다. 아무리 애를 써도 피할 수 없는 운명 앞에서, 두 사람은 인생의 의미를 되새긴다. 오토바이의 바퀴가 닿는 곳마다, 그들의 삶은 다시 빛을 되찾는다. 태어난 곳을 찾아가고, 첫사랑을 만나고, 한적한 숲 속에서 캠핑을 한다. 그것은 거창한 경험이 아니었다. 그러나 나루세에게는 인생에서 처음으로 온전히 자신을 위한 시간이었을 것이다.


인생은 대단한 무언가를 이루는 것만으로 의미가 생기는 게 아니다. 어쩌면 아주 사소한 순간들이 모여 우리를 살아있게 만든다.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하는 시간, 밤하늘을 바라보는 순간, 바람을 맞으며 길을 달리는 자유. 우리는 바쁜 일상 속에서 너무 많은 것들을 놓치며 살아간다. '이건 나중에 해야지', '조금만 더 참고 기다리자' 하며 미루는 사이, 정작 가장 중요한 순간들은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나루세가 "죽여줘"라고 말했을 때, 리쿠는 "좋아요"라고 답했다. 하지만 그전에 해야 할 일이 없냐고 묻는다. 인생이 끝나기 전에,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이 없냐고. 그 질문이 결국 여행의 시작이었다.


나도 가끔 내 삶을 돌아본다. 나루세처럼 언젠가 내게도 끝이 찾아올 것이다. 그 순간이 오기 전에, 나는 어떤 여행을 떠나야 할까? 아직 가보지 못한 길을 걸어볼까? 오래전 좋아했던 사람에게 안부를 물어볼까? 아니면 아무 목적지도 없이 달려볼까?


우리 모두는 언젠가 도착지에 다다른다. 하지만 그 여정 속에서 무엇을 보고, 누구와 함께하며, 어떤 순간을 소중히 여길지는 우리가 선택할 수 있다. 삶은 단순히 살아내는 것이 아니라, 살아가는 것. 인생이라는 길 위에서, 나는 조금 더 나만의 속도로 걸어가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