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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의 제주 여행 짧은 제주 여행 2탄6월엔 수국 보러 가자!첫날지난 4월의 제주 여행에 이어 이번에는 수국이 만발한 6월의 제주를 보러 항공기에 몸을 실었다. 4월 방문이 봄맞이 나들이였다면 이번에는 여름의 정취를 느끼고 싶었다. 공항에는 반팔에 샌들차림의 가족들과 연인 사이인 듯한 젊은 커플들이 눈에 띄었다.이번에는 무사히 화물 수속도 마치고 라운지에서 간단히 이메일로 업무를 보고 있었는데 일에 열중하느라 탑승 마지막 안내 방송도 못 들어서 부랴부랴 뛰어갔다. 아내의 전화가 없었다면 큰일 날뻔했다.제주공항은 여름의 냄새가 물씬 났다. L사의 렌터카를 빌렸는데 여기는 지난번과 같이 10,000KM 정도 운행한 비교적 신형차를 대여해 줘서 좋았다. 한국의 대표적인 자동차 회사인 H사의 승용차를 운전하여 친구가 소개해준 ..
짧은 제주 봄 여행 제주의 봄을 즐기러 가자!고3 친구들 7명이 의기투합하여 제주 민박집을 1년간 연세(年稅)로 계약했다.제주도에 4년째 정착 중인 친구부부가 아름답게 살고 있는 모습도 부러웠고, 간간이 들려주는 속살 깊은 제주생활에 공감하는 7인방이 작년 말에 사전답사를 하고 내린 결정이었다. 도시에서 일과 스트레스로 찌든 심신을 달래기에는 제주도만 한 휴양지도 없지 않은가?7인의 친구들 직업도 다양해서 의사, 법무사, 교수, 사업가로 구성되었기에 선착순으로 미리 일정을 선점하면 이용할 수 있게 하는 시스템이었다.우선 1년을 이용해 보면 앞으로의 방향성이 결정되리라.출발 전인 4월 13일은 초등학교 동창회가 있어서 전주에 가서 친구들과 어울리다 새벽에 귀가하였다.14일 일요일 아침, 부랴부랴 캐리어에 짐을 꾸겨넣기 시작했..
키오스크 무인 주문 시대, 누구를 위한 편리함인가?코로나 이후 거리의 풍경이 달라졌다. 어디를 가든 키오스크가 자리를 잡고 있다. 패스트푸드점, 카페, 심지어 약국까지. 주문부터 결제까지 기계가 담당하는 시대가 도래했다. 젊은이들은 익숙한 손놀림으로 화면을 터치하지만, 어르신들은 당황한 표정으로 망설인다. 마치 외국에 온 것처럼 낯설게만 느껴질 것이다.어느 날, 패스트푸드점에서 한 어르신이 주문을 하려다 난감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는 키오스크 앞에서 한참을 서성였지만, 결국 매장을 나가버렸다. 종업원은 무심한 얼굴로 "키오스크 이용하시면 됩니다"라고 말할 뿐이었다. 그 말에는 도움을 주겠다는 따뜻함이 없었다. 무언가를 요구하기에도, 포기하기에도 씁쓸한 순간이었다.사실, 매매라는 것은 파는 사람이 청구를 해야 ..
간사이 여행기 1. 흰 셔츠와 감색 양복의 시간여유롭고 부드러운 공기가 스며드는 어느 가을날, 나는 과거의 시간으로 여행을 떠났다. 첫날은 일본 고베(神戶)에서 30년 전에 만난 예전 회사 시절의 상사들과 저녁을 같이 했다. 한때 현해탄을 넘나들며 실적 발표자료 위에서 치열하게 겨루던 우호지점의 지점장과 부장이었다. 그들과 함께했던 날들은 아직도 내 마음속 깊이 새겨져 있다.30대의 나는 일본 직원들을 만나면 어깨에 힘이 들어가 있었다. 발표는 한일 국가대표끼리 겨루고, 회식 자리에서는 술잔을 돌리며 기싸움을 벌였다. 우리나라에서는 1차 소주에 2차 양주폭탄주를 돌리며 일본인들의 혼을 빼놓았다. 그러다 고베로 가면 그들은 1차로 밋밋한 정종을 내놓았다. 그러다 2차에서 위스키 원샷 마시기 배틀로 복수를 하였다. 우리는..
오사카 여행길 첫날어젯밤에 일찍 잠들었다가 새벽에 잠이 깨었다. 2시간 동안이나 눈이 말똥말똥해서 잠을 못 이루다 5시 넘어 간신히 눈을 붙였다. 꿈을 꾸었다. 꿈은 이러하다. 하늘에 비행기 3대가 날고 있는데 비행기에서 스파이더맨처럼 거미줄을 내려보낸다. 손가락이 줄에 묶여서 하나씩 떼어내고 나니 눈앞에 검색하는 사람이 서있고 내 몸을 수색한다. 수색대를 벗어나서 간신히 몸을 이동하며 눈을 떴는데 7시다. 생생하다.오늘은 모처럼 오사카에 출국하는 날이라 트렁크를 펼쳐놓고 짐을 싸는데 카톡이 온다. 항공기 탑승구 변경 안내문이다. 저가항공사에서는 흔히 있는 일이려니 하고 가볍게 넘겨버린다.아내는 오늘도 냉전 중인 아들의 아침 식사를 챙겨주지 않았다.아들의 소비욕을 지적하며 목하 대치중이다.다음 달에 분가하면 곁에서 자..
시코쿠 도쿠시마 여행 일본에서 일하고 있는 딸의 생일을 축하하고 격려하러 지난 목요일에 출국했다.금요일에는 작년까지 36년간 근무했던 회사의 발상지인 시코쿠(四國)의 도시인 도쿠시마(德島)로 이동하여 추억에 잠기는 시간을 보냈다.저녁에는 모처럼 지인들도 만나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는데 너무나 반가웠고 기뻤다.사람은 과거를 회상할 때가 항상 즐겁고, 또 우리는 아름다운 추억만 기억하기 마련이다.도쿠시마는 신입사원 연수를 받았던 곳, '발상의 전환'과 '창의력'에 대해 귀에 못이 박히도록 배우고, 연수 동기들과 사귀었고, 또 신혼여행을 왔던 곳이다. 한국에서 온 사람을 친구로 맞아주며 같이 고생하면서도, 온갖 종류의 술과 음식으로 풍류를 함께 나누던 동기들은 이제 거의 다 정년이 되었거나 은퇴하였다.결혼 당시, 듣지도 보지도 못한..
짧은 도쿄 여행 1980년대 후반 서울 아시안게임과 올림픽이 열리고 한국의 경제가 도약하던 시절 회사에 입사하여 약 15년간 동고동락을 하였던 당시의 주인공인 OB들과 함께 2박 3일 일정으로 짧은 도쿄 여행을 다녀왔다. 당시 한국에 파견되어 회사를 설립하고 사원을 뽑아 조직의 토대를 만들어 준 일본인 상사들이 있었다. 사장과 각 부서장들이었는데, 한국 직원들과 함께 무(無)에서 유(有)를 만들어낸 그들도 이제는 어언 60대 후반부터 70대 중반의 나이에 이르렀고 그중에 공장장을 역임하였던 두 명은 이미 타개하였을 만큼 세월의 흐름을 느끼게 하였다.우리는 그들이 건강한 모습으로 있을 때 하루라도 빨리 만나 회포를 풀고자 이번 여행을 기획하였다. 정치와 역사적으로는 여러 난맥으로 얽혀 있어서 감정과 한이 서려 있는 한일 ..
짧은 도쿄 여행기 모처럼 출장 아닌 여행으로 도쿄를 방문했다.성탄절 징검다리 연휴를 낀 3박 4일의 짧은 일정으로, 가족과 함께 초 경제적인 여비를 사용하는 문화 탕방이 주목적이었다.20대에 연수한다고 생활했었고, 출장으로 수십 번은 다닌 도시이지만, 늘 공항 호텔 회의실 사무실 식당과 술집만 다니느라 낮 시간의 한가로운 유유자적은 꿈도 못 꾸었던 터라 내게는 한 해도 뒤돌아보는 좋은 기회였다.늘 편하게 다니다 갑자기 전철 패스로만 움직이는 워킹투어에 적응이 쉽지 않다. 매일 2만 보는 걸어보리라.첫날은 시나가와(品川) 근처 호텔에 체크인하고, 오래된 지인을 만나 사케를 곁들여 저녁을 같이 한다. 연말이라 500석의 자리가 만석이다.본사 OB인 그는 60세를 마지막으로 미련 없이 퇴직하고(일본 직장인 정년은 65세), 회..
삶의 마지막에서 바라본 것들 스티브 잡스는 죽음을 앞두고 이런 말을 남겼다. “언젠가 죽는다는 사실을 기억하라. 그럼 당신은 정말로 잃을 게 없다.” 삶과 죽음을 넘나들며 치열하게 살았던 사람이 남긴 이 말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일까?우리는 종종 삶을 소유하는 것이라고 착각한다. 더 많은 돈, 더 높은 자리, 더 큰 명예를 좇으며 그것들이 곧 행복이라고 믿는다. 하지만 삶은 결코 소유할 수 없는 것이다. 삶은 단지 경험하는 것뿐이다. 결국 죽음 앞에서 우리가 가질 수 있는 것은 우리가 살아온 방식과 우리가 남긴 흔적뿐이다.일: 사랑하는 일을 찾는다는 것잡스는 “위대한 일을 하는 유일한 길은 사랑하는 일을 하는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현실에서 사랑하는 일을 찾는 것은 쉽지 않다. 우리는 대개 생계를 위해, 혹은 사회적 기대에 부응하기..
운동을 싫어하는 사람_2화 헬스장의 풍경아파트 단지 내 헬스장에 다닌 지 3개월. 이제는 이 공간이 낯설지 않다. 신발을 벗어 라커에 넣고, 운동복을 매만지며 오늘의 루틴을 떠올린다. DRAX 러닝머신 위에서 천천히 걷다가 뛰기 시작하면, 자연스럽게 익숙한 얼굴들이 눈에 들어온다.먼저, 러닝머신 끝쪽에는 늘 같은 사람들이 있다. 봄철 마라톤 대회에 나갈 듯한 이들은 한결같이 속도를 올려 30분을 내리 달린다. 흔들림 없는 리듬, 군살 하나 없이 단단한 허벅지 근육. 거친 숨소리마저 흐트러지지 않는다. 마치 한 몸처럼 기계와 하나가 되어 달리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나는 달리고 걷기를 반복하는데 그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멈추지 않는다. 같은 공간에서 운동하지만, 그들의 세계는 조금 다르다.그 옆에는 또 다른 무리가 있다. 중량을 추가한..